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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핀처는 할리우드에서 완벽주의로 정평이 나있는 감독입니다. 그만큼 철저한 방식으로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감독은 많은 이에게 인생 영화를 선물해 줬습니다. 리듬감 있는 연출에 완벽한 디테일을 추구하는 데이비드 핀처는 같은 장면을 무려 200번 넘게 촬영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완벽주의 데이비드 핀처 감독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데이비드 핀처의 경력
데이비드 핀처는 영화감독이자 CF와 뮤직비디오 감독입니다. 그의 영화 필모그래피를 보면 주 장르가 범죄나 스릴러지만 드라마 장르도 아주 잘 만들어냅니다. 그런 그가 광고계에서 만든 첫 CF는 굉장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요. 뱃속에 있는 태아가 담배를 피우는 금연광고로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줬었죠. 상상의 범위와 테크닉이 결합된 데이비드 핀처의 CF는 광고주들의 주목을 받게 됐고, 뜻이 맞는 친구들과 프로파간다라는 광고제작사를 설립했습니다. 후에 뮤직비디오 감독으로도 최정상에 서는데, 뮤직비디오 작품상 후보 네 편 중 세편이 데이비드 핀처의 작품이었을 정도였습니다. 그의 행보에 할리우드가 콜을 하게 됐고 에이리언 시리즈의 세 번째 감독으로 데뷔를 하게 됐습니다. 물론 신인 감독이었던 그를 좌지우지하려는 제작자들의 입김으로 에이리언 3(1992)을 자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3년의 공백기간 후에 두 번째 연출작으로 세븐(1995) 영화를 만듭니다. 세븐은 다른 여러 작품에도 등장했던 일곱 가지 죄악을 가지고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갔는데요. 느와르 스타일의 암울한 분위기와 독특한 영상미가 많은 대중과 평단들을 매료시켰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3억 달러라는 수익을 일으킬 정도로 흥행을 했습니다. 세븐의 결말 또한 제작자의 압박으로 변경될 뻔했으나 주연배우로 출연한 브래드 피트가 결말을 바꾸면 출연을 거부하겠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결말은 변경 없이 진행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초대박 결과를 거두게 되면서 브래드 피트와 데이비드 핀처는 서로에게 좋은 관계의 시작을 맺게 됐습니다. 데이비드 핀처가 연출하는 수많은 영화에 브래드 피트가 출연했는데 지금까지 세븐, 파이트 클럽,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까지 세 작품을 했습니다. 브래드 피트의 결혼식에 카메라맨을 맡을 정도로 둘의 사이는 친한 사이로 보이며 데이비드의 신작 계획에 주인공으로 브래드 피트를 꼭 후보군에 넣는다고 합니다. 더 게임(1997)은 제작비가 많이 들어갔는데 반해 손익 분기점을 못 넘겼고, 이나 파이트클럽(1999)은 당시 평론가들의 혹평과 흥행 참패로 핀처의 위기가 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파이트 클럽은 시대를 너무 앞선 영화라 지금은 재평가를 받으며 입지가 많이 올랐답니다. 패닉룸(2002)은 스릴러 장르로 이제껏 연출한 작품들보다는 다소 밋밋하다는 반응을 얻었지만 스릴러 작품으로 충분히 몰입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DC코믹스의 새로운 조커인 자레드 레토가 찌질한 악역으로 출연하고 트와일라잇의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아역으로 출연했습니다. 조디악(2007) 작품은 작품성이 우수한 스릴러 영화로 미국에서 실제로 벌어진 실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2시간 30분 정도의 긴 러닝 타임을 갖고 있지만 조디악 킬러에게 집착하다 못해 망가져가는 인물들의 내면과 조디악 킬러의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추격적이 영화 상영 내내 긴장감과 몰입감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에서는 브래드 피트와 호흡을 다시 맞춘 작품으로 브래드 피트가 점점 젊어지는 시각적 효과를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다만 핀처의 완벽주의적 집요한 CG작업으로 스펙터클한 물량공세가 아닌 작품임에도 블록버스터급 예산이 투입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손익분기점 대비 겨우 본전만 찾게 됐습니다. 하지만 범죄 스릴러가 많은 작품 스타일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감동적인 작품으로 나를 찾아줘(2014)라는 작품과 함께 핀처 감독의 입문작으로 추천됩니다. 소셜 네트워크(2010) 작품은 핀치 감독의 세븐에 이은 역대급 흥행작으로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비평과 흥행 두 마리를 모두 가져갔습니다. 2000년대는 범죄나 스릴러에 집중했다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소셜 네트워크 같은 드라마장르의 작품으로 감독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되며 거장으로 거듭나게 됐죠.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1)은 엄청난 흥행은 아니었지만 많은 팬들에게 속편을 요구받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스티그라르손의 베스트셀러 시리즈 중 첫 번째 이야기를 바탕을 제작됐으며 할리우드 버전은 1부까지만 제작됐지만 스웨덴에서는 할리우드보다 먼저 개봉한 데다 총 3부까지 만들어진 상태라고 합니다. 원작 소설가의 사망으로 완결은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전 세계에서 2700만 부가량이 판매됐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작품입니다. 월드워 Z감독을 맡을 뻔했다고 하는데 정말 궁금합니다. 그가 연출한 월드워 Z는 어떤 색깔로 흥미진진했을지. 맹크(2020)는 허먼 J 맨키비츠의 실화를 다룬 전기영화로 아버지가 사망 전 집필했던 각본을 토대로 흑백영화로 제작됐습니다. 할리우드의 황금기와 어두운 면을 재조명하는 완성도 있는 각본에 배우들의 미친 연기, 옛날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영상미나 음향 등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지만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으면 이해가 잘 안 되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을 수 있고 주인공 외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어야 즐겁게 볼 수 있다는 게 아쉬울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시기쯤 넷플릭스 시리즈 러브, 데스+로봇의 두 번째 시즌을 제작했으며 넷플리스 플랫폼에 더 킬러(2021) 작품도 공개했습니다.
같은 장면만 200번
데이비드 핀처의 가장 최신작인 맹크는 게이 올드만과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주연을 맡았는데요. 한 장면을 100번 이상 촬영을 하자 게리 올드만은 역정을 냈다고 합니다. 이런 일이 허다한 데이비드는 곧바로 침착하게 그를 달랬다고 하네요. 아만다 사이프리드 또한 맹크에서 여러 명의 출연자가 나오는 한 장면을 일주일 내내 촬영했다며 힘들었다고 하는데요. 대사가 한마디도 없는 장면을 5일간 촬영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데이비드 핀처의 대표작 중 하나인 조디악에서 연기를 한 제이크 질렌할과 데이비트 불화설은 할리우드를 뜨겁게 달궜었는데 당시 연이은 재촬영으로 지나치게 자신의 연기를 통제한다며 불편감을 드러낸 질렌할에게 데이비드 핀치는 그의 스케줄이 너무 바빠 조디악 촬영에 오히려 집중을 못했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네요. 일각에서는 데이비드 핀처의 촬영방식이 학대라며 비난하고 있기도 한데 실제로 조디악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14시간의 촬영시간 동안 화장실도 못 가게 했다고 합니다. 반면 대 흥행을 한 소셜 네트워크에서 연기를 한 앤드류 가필드는 경험이 없고 자신감이 없는 나 같은 배우에겐 환상적인 감독이라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나를 찾아줘의 벤에플렉 또한 수십 번의 촬영은 내 연기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며 오히려 괜찮았다고 합니다.
연출 특징
CF와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답게 영상미가 스타일리시한 게 특징으로 특수효과가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도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CG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데뷔 초에는 미장센 테크닉이 돋보였으나 조디악을 기점으로 미국을 통찰하는 작품을 만들고 점차 차분하게 변화합니다. 조디악, 맹크같은 작품들은 각본 자체의 서사를 강조하기 위해 정적이고 차분하지만 본인의 영상미와 음향을 표현하고 밀레니엄이나 소셜네트워크 같은 작품들은 초기작에서 볼 수 있었던 화려한 편집과 촬영, 영상미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비주얼에 집중합니다. 필로그래비가 대부분 스릴러인데도 화려하고 스타일리시한 영상미를 보여주고 있어 일본 애니메이션 쪽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중요한 지점의 포인트나 스토리에서 중요한 완급조절을 보여주는 방식이나 감각적인 편집과 장르의 특징을 잘 살려낸 미장센 등이 많은 일본 감독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쉽게 말해 가성비가 아쉬운 감독으로 손꼽히기도 합니다. 물론 세븐, 소셜네트워크, 나를 찾아줘 처럼 흥행한 작품도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생각보다 많은 제작비로 흥행수익이 반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완벽한 성향으로 CG를 과다 활용면서 제작비가 초과되기 때문이었죠. 이는 CG를 최대한 베재하고 제작비를 적게 쓰는 마이클 베이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들과는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게다가 저예산 맹크 조차도 제작비가 일반적인 저예산 영화를 훨씬 웃돈다는 것입니다. 편집, 음향, 색보정 등 후반 작업 노가다의 일인자로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는 그는 각종 필터에 극도로 집착하여 제작비에 후반 작업 비용까지 더해 엄청나게 불어난다고 합니다. 흔들림을 단 1퍼센트도 용납하지 않아 평균 재촬영이 많아지고 이로 인해 촬영기간이 길어져서 출연료와 기타 인건비가 추가 발생하고 이런 상황에 CG집착과 필터 고집으로 후반작업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면서 가성비 나쁜 감독이 되어버린 것이죠.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보는 즐거움과 씹을 거리가 있는 스토리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만요. 어쨌든 영화계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관객에게는 그의 영화 스팩트럼이 앞으로도 기대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습니다.